작년에 이어 두 번째 읽은 이 책은 첫번째와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새삼 재독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독서모임을 위해 이번에 다시 읽으며 특히 와 닿은 부분은, 저자가 그 자체로서 목적 인 인간의 존엄 을 다룬 칸트 철학을 극단의 신자유주의가 실행되는대한민국의 현실과 연계해 사유한 부분이다.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묵살되고폭력으로 유지됨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비정상 의 정상 화]라는 소제목에서 저자는 인간의 존엄 을 다룬 칸트 철학을 언급하고 있다. "칸트가 본 인간의 존엄은, 인간이 그 자체로서 (도구가 아닌) 목적임을 뜻했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존엄이 있자면, 인간이 사회에 의해서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러나 이윤추구가 목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인간은 잉여가치를 낳는 수단이자 도구가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목적 인 인간의 존엄을 주장한 칸트의 철학은 당시에도 가히 전복적인 철학이었다 한다. 신자유주의가 극단적으로 실행되는 대한민국에서는 인력 을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에 노출시키고 과로사하도록 혹사시키고도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 자체가 목적 인 존엄한 인간에게 자율성 이 없다면, 따라서 자신의 양심 대로 행동할 수없다면 존엄한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행동하며 살기 어렵다. 양심에 따라 군입대를 거부하면 범죄자가 되고, 북한에 조금이라도 동조하는 발언을 하면 종북이라며 지탄을 받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개성에 맞게 교육받지 못하고 학력주의 사회에 맞게 획일적으로 주입된다. 그 자체가 목적 인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저자의 관찰은 이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갑질문화에도 닿아 있다. "(박정희 시대의) 군부대와 착취공장을 그 기본 모델로 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적 양심도 존엄성도 폭발물과 같은, 불순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화 과정에서 존엄성을 박탈당한 한국의 소비 대중이 타인의 존엄성에 대해 무감각한 현실은 언어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군대 내 폭력 등 각종 폭력과폭력 행태의 일종인갑질 문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두 "폭력이 없으면 불평등한 사회의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현실이다. 이 책의 부제가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작년에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과격한 부제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와 보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일어난 전국적인 촛불집회가 민란 의 단초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촛불집회는 우리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헬조선, 이민 외에 답은 없는가?
악질기업 (주)대한민국에서 불안정한 피고용자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오늘날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헬조선’이다. ‘지옥’이라는 뜻의 영단어 hell과 한반도의 전근대국가인 ‘조선’을 합친 말이다. 그런데 왜 ‘헬한국’이 아니고 ‘헬조선’인가? ‘금수저, 흙수저’와 같이 계층 자체가 고착화돼 마치 조선 때와 같은 ‘신분세습’ 사회가 된 것 아니냐는 통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아무리 ‘노오력’해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정서다.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롭고 근본적인 성찰을 이어온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의 신간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바로 이와 같은 ‘헬조선’에 대한 분석이다. 헬조선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럼에도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머리말 (주)대한민국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방법
1부 지옥의 논리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우리가 ‘개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
경제 인종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영어병(病) 백인병(病)
한 대학 강사의 죽음
학피아, 학살의 종범들
양심이 불가능한 사회
‘비정상’의 ‘정상’화
‘능력’이라는 이름의 허구
이민만이 ‘헬’탈출구로 보이는 이유
2부 그들이 원하는 세상
‘종북 사냥’의 속셈은?
양심수와 공포정치
박근혜, 최악의 대통령
통일대박론의 진정한 의미
통일을 가로막는 것들
박근혜 시대의 이데올로기
막후의 지배자가 우려하는 것
유사 파시즘의 등장
3부 씨줄과 날줄: 병영국가, 민족주의, 식민성
박정희 시대, ‘기적’은 없었다
[국제시장], 전체주의 미학의 향연
뉴라이트들의 역사: 출세주의와 굴종의 교과서
‘민족’ 이후의 민족?
친일은 왜 단죄해야 하는가
한국은 여전히 식민지인가
한-미 동맹이라는 덫
아류 제국주의 국가, 대한민국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진행 중
4부 문제는 국가다
국민의 생존도 보장 못하는 부실 국가
‘폭력’의 기억, 폭력의 망각
주먹이 군림하는 사회
한국적 특색의 신자유주의
‘국익’이라는 합리화
우리에게 과연 인권이 있는가?
분노의 흐름
기업국가 대한민국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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