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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 에셔, 바흐 (하)


괴델,에셔,바흐(Godel, Escher, Bach):영원한 황금 고리(An Eternal Golden Braid) 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가 1979년에 세상에 내놓은 지극히 현란하고, 창조적이며, 한 인간이 만들어낼수 있는 지성(知性)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불쾌할 정도로 난해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게 언제였을까 ? 아직도 확실히 기억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기전 기업 홍보용 잡지로 제작된 자그마한 책자에서 였을것이다. 평소 과학과 인간과의 관계를 따지는 분야에 어설픈 미련을 두고 있던 내게, 이인식 이라는 과학 컬럼 리스트는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하는 저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털없는 원숭이 , 맨워칭 혹은 바디워칭 을 통해 동물학적 인간론을 대담하게 풀어내는 데이먼드 모리스 이나 다윈이후 , 팬더의 엄지 에서 진화론적 생물학을 문학적인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아름답게 묘사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저자가 전무한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사람과 컴퓨터 , 미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 등의 과학 에세이를 저술한 이인식 이라는 이름은 과히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잡지의 짧은 컬럼을 통해 이인식 씨는 괴델.에셔.바흐 라는 마치 위인전 제목 같은 책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다. 이 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일벌레가 되어 고속 승진으로 삼십대 중반에 이미 기업의 이사로 재직할 당시, 그는 알수없는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이삼십대의 창창한 젊음을 송두리채 바친 일에 인간은 없고 오직 전자회로와 조직의 견고함만이 남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호프스태터의 책을 읽게 되었고, 고압전류에 감전된 사람처럼 회사를 나와 과학 컬럼 리스트의 길로 들어썼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족했다. 내가 호프스태터의 책을 찾아 한동안 두리번거리고 다니기에는 그의 짧은 글로도 충분했다. 사실 한 인간의 운명을 바꿀만한 책은 그리 흔하지 않다. 아니 일생에 한번이라도 그런 순간을 겪은 사람은 그것으로 인간살이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한 순간을 위해, 나는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무던히도 책을 찾아 헤매어 다녔던 것 같다. 때론 내 현학(衒學)과 지적 한계(限界)에 진절머리를 치며, 때론 최대한 내 자신을 위로하며 서음증(書淫症)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책과 책사이를 넘나들었다. 내 방 책장에 꼽혀있는 천권이 약간 못되는 책들. 나는 여전히 그 놈들을 처음 집어들었던 책방과 그날의 결기(結氣)와 다짐들을 하나하나 또렷히 기억할 수 있다. 그랬다. 나는 호프스태터의 책을 만나야 했다. 한 인간의 삶을 진동시켜 그 운명의 빗장을 가감히 부수고 세상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던 그 책을. 하지만 그 컬럼은 경제적으로 전혀 수지가 맞지 않아 고심끝에 국내 최초로 번역하기로 결정한 출판사 사장의 용기에 대한 찬사와 안쓰러움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번역 기간이 족히 이삼년은 걸릴거라는 것이다. 시중에 넘쳐나는 프랑스 철학 번역서의 깊이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내용을 누가 과연 일년안에 번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글로 된 책을 보기 위해서는 이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전자 상거래가 부흥기에 들어서던 97년, 나는 아마존(Amazon) 을 통해서 이 책을 구매했다. 전자 상거래의 보안과 배송 절차에 대한 불안감으로 몇 번의 망설임끝에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돈을 지불한 것이다. 그리고 12월 드디어 떨리는 심정으로 괴델.에셔.바흐(GEB) 의 첫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짧은 영어실력도 실력이지만 8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과 곳곳에 등장하는 낯선 기호의 배열들, 책의 주제와 어울리는듯 하면서도 어딘지 차갑고 이질적인 에셔와 마그리트의 그림들, 찾아도 찾아도 새롭게 튀어나오는 생경스런 단어들, 내 무지와 현학의 조롱을 애써 지우며 나는 책을 덮어야만 했다. 나는 그가 아니었던 것이다. 펼치고 접기를 반복하며 읽기를 거의 포기했던 99년 8월, 드디어 GEB가 번역, 출판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번역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꼬박 2년이 흐른 후였다.
반복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바흐의 무한히 상승하는 캐넌, 손을 그리는 손 등 시작과 끝이 사라진 상태로 끝없이 반복되는 에셔의 그림, 고대 철학자 에피메니데스의 거짓말쟁이 크레타 사람 의 역설을 수학적으로 확장시킨 괴델.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젊은 과학자 호프스태터는 이 세사람의 논의를 중심으로 인간 지성의 한계를 다룬다.


1. 정신과 사고
2. Bloop과 Floop과 Gloop
3. TNT 및 그것과 연관된 체계들의 형식적으로 결정 불가능한 명제
4. 체계로부터 벗어나기
5. 재귀-준거와 재귀-증식
6. 처치, 튜링, 타르스키 등
7. 인공지능:회고
8. 인공지능:전망
9. 이상한 고리 또는 헝클어진 위계질서